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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 Lifestyle Journal.

긴 이야기가 있는 식탁

Updated: Nov 11

Table with a long story


만나기 전부터 궁금했다. 매번 싱그러운 꽃이 놓이는 탁자가, 계절 음식으로 단정하게 차려낸 식탁이, 그리고 다정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부부는 가슴에 여전히 어린 시절 신나는 모험을 품고, 오늘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살아내려 노력하며, 앞으로의 꿈을 생생하게 꾼다. 수원의 작은 주택, 돌계단을 올라 2층에 사는 남지혜, 민준기 부부가 OU를 일요일 늦은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 이내 의자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화분 아래서도, 작은 방에서도.

민준기, 교보문고 직원 | @minjunki_83

남지혜, 교직원 | @pisic














와, 정말 오밀조밀 예쁜 집이네요. 식물 이파리 하나 시든 구석이 없어요.

(지혜) 저희도 그동안 많이 죽였어요. 너무 관심과 사랑을 주기보다 적당히 무심한 게 좋더라고요. 흙이 마를 때까지 뒀다가 한 번에 물을 흠뻑 줘야 잘 살아요. 하지만 결국엔 이 집 환경에 맞는 애들이 살아남는 것 같아요. 저희 집에 잘 어울리는 식물들이죠.


얼마 전에 굴업도로 백패킹 다녀왔죠?

(지혜) 네. 여름에 다녀오려고 두 번이나 예약했다가 비 소식에 취소했어요. 세 번째 도전에 다녀왔네요.

사이트까지 꽤 오래 걸어야 하잖아요. 어떻게 그 와중에 사진까지 잘 찍을 수 있나요?

(준기) 이틀 누워 있다가 간신히 일어났어요(웃음).

(지혜) 남편이 워낙 사진을 잘 찍고 좋아해요. 힘들어도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어요. 열정이죠.

아니, 준기님 사진은 지혜님이 찍어준 거 아니에요? (지혜) 그건 애정인 것 같네요.

평소에도 캠핑 잘 다니죠?

(준기) 네. 유명한 데나 사람들 몰리는 장소를 피해서 다녀요. 평소에도 장소 헌팅 다니듯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캠핑할 만한 곳을 찾아요. 요즘은 사람이 많아져서 서로 장소 공유도 잘 안 하더라고요. 장비는 백패커 수준으로 최소한으로 챙겨서 가요.

(지혜) 예전에 인도 여행 갔을 때는 지금보다도 짐이 더 많았는데, 요즘엔 백패킹이 무릎도 아프고 힘들더라고요. 한탄스럽네요(웃음)

어, 얼마 전에 성수동에 짜이 마시러 왔었죠?

(준기) 맞아요. 짜이만 파는 집이 흔하지 않은데 알게 되어 좋았어요. 냄비에 향신료를 넣고 끓여주더라고요. 희망을 얻었어요. 인도 남부에 ‘도사Dosa’라고 밀가루 반죽을 펼쳐 크레페처럼 굽는 간식이 있는데, 나중에 나이 들면 도사 장사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한국엔 도사를 파는 데가 없나요?

(지혜) 딱 한 군데 있어요. 이왕이면 여러 군데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여기저기 맛볼 수 있잖아요.







어쩐지 두 분 여행자 인상이 느껴져요.

(지혜) 저희가 처음 알게 된 것도 여행을 통해서였어요. 제주도 자전거 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제가 준기에게 싸이월드로 쪽지를 보냈거든요. 이후에도 각자 여행을 하며 쭉 연락을 이어 왔어요. 인도에서도 만났었네요.

(준기) 저는 사진을 찍으러 인도에 갔었어요. 여행 경비의 1/3을 필름 사는 데 쓰고, 배낭은 온통 필름이 차지했었죠. 그때 먼저 귀국하는 지혜 편에 다 쓴 필름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냥 친구 사이였는데.

(지혜) ‘얘 뭐지?’ 싶었어요(웃음).


역시 여행자였군요. 그렇다면 직업이 좀 반전인데요?

(준기) 저는 교보문고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어요. 지혜도 저도 어렸을 때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1년 넘게 장기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떠날 때보다 귀국해서가 두렵더라고요. 일 년씩 해외에 있다 들어오면 한국에 잘 적응 못하고 몇 달 뒤에 워킹홀리데이 비자 받아 또 나가는 친구를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는 게 너무 소모적인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지금도 사진을 찍지만, 여행을 하던 당시에는 정말 열정적이었거든요. 한국에서 사진 일을 시작했는데,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치다 보니 여기에도 제 것이 없는 거예요. 이 역시 지속이 어려울 것 같았어요. 일단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이르렀네요.


(지혜) 저도 일해서 여행 가고 또 돈 벌어서 여행 가는 일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필요에 의해 교직원이라는 업을 택했죠. 눈치 안 보고 월차 쓸 수 있고, 내 시간 확실하게 보장받고. 원래 편집 디자인을 했었어요. 밤을 새가며 눈물 쏟아 가며 일했어요. 지하철에서 깜빡 졸다가 무릎을 턱 꿇은 적도 있어요. ‘이게 뭐 하는 거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60살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거 말고 다른 거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한 번은 대상포진에 걸려 된통 아팠어요.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갔는데 정말 좋은거예요! 이후로 틈만 나면 여행을 나갔어요. 인도에 갈 때는 여자 혼자는 안된다는 엄마의 반대가 있어서 알바를 세 탕씩 뛰어가며 동생 몫의 여비까지 벌어서 다녀왔어요. 이렇게 좋은 걸 계속 누리고 살려면 돈은 지속적으로 벌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죠. 굴복이나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편한 길을 택하고 싶었어요.







일터에서와 집에서 모습이 조금 다를 것 같네요.

(지혜) 전혀 달라요. 일하러 갈 때 영혼을 집에 두고 가거든요(웃음).

(준기) 저 역시 직장에서는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요. 말은 잘 들어요. 대답도 빨리 잘하고. 다만 상사가 ‘얘는 딱히 하자는 없는데 별로 일이 진척이 안되네’ 라 생각할 정도로 일하는 것 같아요.

(지혜) 학교에서는 제 생각과 생활을 적극적으로 얘기하진 않아요. 주변에서 주식 얘기하면 적당히 맞춰서 저도 주식 얘기하고 그렇죠. 일하며 아낀 에너지를 집에 와서 활발히 사용해요.

(준기) 지금의 꿈은 노후 자금을 마련해 여행을 하는 거예요. 지금도 해외에 갈 수는 있지만, 월차 쓰고 보름 다녀오는 거랑은 다르지 않을까요? 그 돈이 마련되기까지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요. 결혼 자금으로 둘이 같이 여행을 가려던 걸 타협을 봐서 이 집에 투자한 거거든요.







30년이 넘은 집이라고 들었어요.

(준기) 저는 여기서 쭉 살았어요. 1층엔 지금도 어머니가 사세요. 여기 2층은 원래 세를 줬었는데 저희가 고쳐서 살고 있어요.


겨울에 춥진 않나요?

(준기) 옛날 집이라 겨울엔 너무 춥죠.

(지혜) 저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때도 추위를 많이 탔어요. 결혼하면서 단독주택으로 오니까 정말 너무 추운 거예요. 근데 사람이, 사람 몸이 적응을 하기 마련이잖아요. 지금은 좀 괜찮아요.


그래도 직접 꾸몄으니 더 애착이 가겠어요. 특별히 더 맘에 드는 공간이 있나요?

(지혜) 작은방을 좋아해요. 처음엔 2층이 죄다 어두운색 나무 몰딩이라 보기만 해도 사우나 온 것처럼 답답하고 등에 땀이 흘렀었는데, 하얗게 칠하고 짐을 정리하면서 쾌적해졌어요. 볼 때마다 아주 뿌듯해요. 저 방에 딱 맞는 책상도 짜 넣었어요. 작은방에는 여행에서 사 온 작은 것들을 진열해뒀어요. 가끔 먼지를 털고 닦으면서 혼자 좋아해요.

(준기) 저는 화장실이요. 동선을 고민하면서 원래 있던 문을 벽으로 막고 다락이 있던 부분을 없애 천장을 높였어요. 공사하면서 가장 진행이 팍팍 된 공간이에요.

어쩐지 화장실 문부터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지혜) 아, 잠그는 곳이 없어요(웃음). 친구들이 오면 불안해하죠. 쉬워요. 문이 닫혀 있으면 누가 쓰고 있는 거예요. 이 작은 공간에서 누구 하나 없어지면 화장실 갔겠거니 생각하면 되고요.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어요. 두 분 옷 입는 스타일이 비슷하잖아요. 같은 취향의 두 분이 만난 건가요, 아니면 코디를 한 사람이 하나요?

(지혜) 원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인 것 같아요. 싸이월드로 쪽지를 주고받다가 친구가 된 다음에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만났어요. 그렇게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스타일을 비롯해 성향이 비슷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네요. 가치관이나 취향이 신기할 정도로 닮긴 했어요.


준기님 인스타그램에서 ‘드디어 사람처럼 입고 다니네. 지혜씨 덕분에’ 라는 댓글을 봤어요. 이건 어떻게 된 거예요? 이전엔 어떻게 입고 다닌 거예요?

(준기) 자전거에 너무 빠져 있느라 일상에서도 라이딩 웨어를 입을 때가 많았어요(웃음). 산악자전거 선수 생활을 했었는데, 딱 붙는 핏에 화려한 색상의 자전거 타기 좋은 옷을 친구들 모이는 자리까지 입고 나오니까 남의 눈에는 패션 테러리스트처럼 보였겠네요.

옷 쇼핑은 어떻게 해요?

(준기) 예를 들어 가을 옷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면, 일단 가진 옷을 죄다 펼쳐봐요.

(지혜) 저희가 옷장이 한 칸 밖에 없어요.

(준기) 옷을 하나 사면 옷을 하나 버려요(웃음). 안 그러면 들어갈 데가 없어요. 수납공간이 저게 다라서. 환절기마다 벌이는 하나의 행사에요. 옷을 다 꺼내서 보고 지난 계절에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버려요.

하나 사면 하나 버려야 한다니, 요모조모 잘 따져서 사야겠어요.

(준기) 예전엔 첫 번째가 가격이었어요. 경제력이 높아져도 습관은 남더라고요. 어차피 옷장이 한정적이니까 양보다는 질이 좋은 걸 사자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바꾸려 노력했어요.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소비를 하는 편이라 미니멀 라이프까지는 어렵지만 노력하죠. 어쩔 수 없어요. 노력하는 거예요.

(지혜) 이번 추석에도 옷장 정리를 했어요. 1년 동안 안 입은 옷을 버리면서 보니 주로 저가의 옷이었어요. 값이 나가도 오래 잘 입으면 그쪽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준기) 결혼하고 나서는 같이 입은 모습을 염두에 두고 옷을 사긴 해요.

(지혜) 같이 입을 수 있는 옷이면 더 좋고요.







음식은 주로 어떤 걸 해먹나요?

(준기)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예쁜 음식만 먹는 것 같아요.

(준기) 빨간 국물의 매콤한 한식도 좋아하는데 집에서 해 먹는 건 피하려고 해요. 보다시피 주방이 온통 하얗거든요. 다들 반대했어요. 공사를 도와주던 친구도, 인덕션 설치하러 온 아저씨도. ‘빵 굽고 커피 내려 먹는 서양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주방’이라고.

(지혜) 그래도 여기서 밑반찬도 만들고 그래요. 준기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든요.

오.

(준기) 아무래도 사 먹으면 비싸고 조미료 맛만 나니까요. 한 5년 전부터 도시락을 먹었어요.

(지혜) 저는 급식 먹어요. 제일 좋아요. 오늘 뭐 먹지 고민 없이 남이 해주는 거 먹고. 원래 고등학교에서 일하다가 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는데 초등학생 급식은 비교적 담백해요. 덜 맛있지만, 차차 그 맛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집에서는 자주 같이 밥을 먹나요?

(준기) 같이 쉬는 날이 많진 않지만, 그런 때면 이렇게 차려놓고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눠요. 지금처럼 차를 마시기도 하고, 술도 즐겨요. 식사하면서 막걸리를 곁들이거나 아예 아침부터 와인을 마실 때도 있어요.







여기 토마토 같은 건 뭐예요? 맛있어요!

(지혜) 직접 만든 거예요. 오븐에 살짝 구워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만든 다음에 이탈리아에서 사 온 시즈닝이랑 같이 올리브유에 담가뒀다 먹으면 돼요. 이탈리아는 향신료가 잘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여행 가면 이런 ‘뽀시래기’를 잘 사 오곤 해요. 어디든 넣기만 하면 마법처럼 이탈리아 맛이 나요.

식자재는 어디서 사요?

(준기) 2인 가정이다 보니 대량으로 사는 게 부담스러워요. 조금씩 받아볼 수 있는 마켓컬리를 이용하거나 백화점 지하 마트를 이용해요. 퇴근 시간쯤 가면 할인하는 게 많거든요. 철에 맞는 재료들을 사다가 요리해 먹어요.


준기님이 어딘가에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지’라고 적어둔 걸 본 기억이 나요.

(준기) 어릴 때부터 계속 운동을 하다 보니 나가는 에너지가 많았어요.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서 살이 쪘어요. 먹고 싶은 걸 먹지만, 아웃풋이 줄었으니 의식적으로 적게 먹으려 해요.

(지혜) 엄마를 닮아서 저는 위장이 안 좋아요. 많이 먹거나 빨리 먹으면 과부하가 걸려요. 배가 아프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져 기분까지 안 좋아져요. 적게, 천천히 먹어야 편안해요.

(준기) 지혜가 정말 느리게 먹거든요. 그 속도에 맞추다 보니 저도 양이 적어진 것도 있어요. 요즘엔 지혜가 제 속도를 따라오긴 하더라고요(웃음).

캠핑가면 뭘 해 먹어요?

(준기) 밖으로 나가면 한 상에 짠 차려놓고 먹기가 어려워요. 불도 하나고, 접시도 한정적이니까요. 요리 하나 해서 사진 한 번 찍고, 먹고, 술 좀 마시고, 치우고, 다음 요리를 만들죠. 코스 요리처럼요. 요즘엔 짐을 줄이느라 불을 사용하지 않는 비화식 캠핑을 해요. 차를 타고 가다가 근처에서 음식을 포장하거나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해가는 식이에요. 예전엔 나가서 장비 꺼내고 불 피우고 하는 게 재밌었는데, 요즘엔 거기서 아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는 게 좋아요. 잔디에 누워서 바람쐬고, 책도 보고요.






"서로에게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요. 각자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오늘 인터뷰 같은 요청을 받았다고 생각해볼게요. 난 너무 설레는데, 배우자 생각은 다를 수 있어요. 그때 배우자 의견을 먼저 고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암묵적으로 그걸 동의하는 게 결혼이 아닐까요. 어쨌든 각자 독립적인 개체인데 결혼하면 한 공간에서 지내잖아요.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긴 만큼 서운한 게 없을 수는 없어요.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안 해줘?’ 생각이 쌓이면 해결이 어려워져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되게 중요해요. 예쁘게 음식을 차려놓고, 밥이건 술이건 아주 길게 먹어요."





얼마 전에 어떤 소설가 인터뷰를 읽다가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답변을 봤어요. 두 분께 물어보고 싶어요. 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준기) 서로에게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요. 각자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오늘 인터뷰 같은 요청을 받았다고 생각해볼게요. 난 너무 설레는데, 배우자 생각은 다를 수 있어요. 그때 배우자 의견을 먼저 고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암묵적으로 그걸 동의하는 게 결혼이 아닐까요.

(지혜) 이전에도 술 마시며 대화를 하다가 ‘지혜가 우선순위다’라는 말에 감동했어요. 다른 건 다 중요치 않고, 너와 내가 먼저라고 하더라고요. 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도 그런 열린 생각을 가지기 힘들잖아요. 고부 갈등이 없는 데도 준기 역할이 커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저도 잘하게 되는 게 있으니까요.

(준기) 어쨌든 각자 독립적인 개체인데 결혼하면 한 공간에서 지내잖아요.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긴 만큼 서운한 게 없을 수는 없어요.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안 해줘?’ 생각이 쌓이면 해결이 어려워져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되게 중요해요. 예쁘게 음식을 차려놓고, 밥이건 술이건 아주 길게 먹어요.

지혜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피식’이라고 읽나요?

(지혜) 맞아요. 대학교 때 홈페이지 제작하면서 생긴 거예요. 헛웃음 같아 재밌고 좋아서 쭉 쓰고 있어요.

양 갈래 머리를 자주 하던데, 아이디랑 묘하게 궁합이 좋네요.

(준기) 지혜의 양 갈래머리는 아웃도어 전용이에요(웃음).

(지혜) 제가 답변할게요(웃음). 머리가 뻗쳐서 마음에 안 드는데 손질할 수 없을 때 하는 머리에요. 아니면 아예 감지 못했다거나. 치렁치렁한 걸 안 좋아해서 주로 머리를 짧게 유지하는데, 깔끔하게 묶이지 않는 길이일 때 양 갈래로 묶으면 편해요. 모자를 쓰기에도 더 좋고요. 준기님은 인스타그램에 사진만큼 글도 예쁘게 쓰잖아요. 짓궂은 댓글이 많아 놀랐어요.

(준기) 저에게 여러 가지 얼굴이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와 친구들이랑 있을 때 모습이 전혀 달라요. 댓글 다는 친구는 딱 몇 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진짜 가까운 사람들.

(지혜) 준기가 여행 다니며 쓴 수첩을 훔쳐보면 이런 생각을 혼자 했구나 싶어요. 철학적인 이야기도 많고. 친구들이 볼 땐 당황할 만 해요. 뭐야, 얘 왜 이래? 중2병이야(웃음)?

‘결혼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는 서로의 책장을 보는 것’이라는 글도 기억이 나네요.

(준기) 집을 합치면서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한 책장에 꽂게 되잖아요. 저희는 책장도 한정적이라 책을 한 권 사려면 가진 걸 한 권 버려야 해서 각자 정말 좋아하는 책만 가지고 들어왔어요. 신혼 1년 동안은 아내 책 보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요.

좋아하는 책이 서로 다른가 봐요.

(지혜) 저는 에세이나 여행 책을 좋아해요.

(준기) 전 소설을 좋아하고요.

(지혜) 여행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없이 여행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을 때 읽어요. 각자 느끼고 표현하는 바가 다른 것도 재밌어요. ‘아, 나도 가고 싶다. 여기서 이걸 보면 나도 이런 기분이 들까?’ 하며 보게 돼요.

(준기) 해외로 나가는 일이 쉬워지고 여행 책이 우후죽순 많아지면서 오히려 소설을 읽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다정한 구원>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어요.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유년기를 리스본에서 보낸 작가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힘들어하다가 자기 딸과 같이 다시 그곳을 찾는 이야기에요. 작가가 묘사하는 이야기에 깊이와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두 주인공이 헤어진 다음의 이야기인 <파인드 미>도 재밌었어요. 하루키 소설도 보면 장면이 영화처럼 펼쳐지잖아요. 저는 꾸며낸 이야기더라도 이국적인 배경을 더 잘 묘사한 책에 끌려요.







낯선 곳에 여행을 가면 보통 어떻게 계획을 짜요?

(준기) 일주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면 버스 티켓까지 다 끊고 동선 맞춰서 가요. 열흘이 넘어가면 국내든 해외든 무계획에 가깝게 느슨해져요.

(지혜) 계획을 짜면서 그 지역에 대해 알아가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준비는 하되, 막상 가서는 옆길로 잘 새요.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게 나오니까요.

주로 둘을 옆길로 새게 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지혜) 그릇이요. 많이 사진 않아요. 우리 집 룰 아시죠? 하나를 사면 찬장 안에 그릇을 하나 버려야 하니까요. 함부로 살 수 없어요. 몇 번이나 고민하고 서로에게 물어봐요. ‘이게 꼭 필요할까? 집에 있는 접시는 뭘 버려야 할까? 그래도 괜찮을까? 정말?’

(준기) 이런 콩모양의 젓가락 받침대를 구했을 땐 정말 기뻤어요. 한국에선 의외로 이런 디테일의 수저 받침대를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작년에도 OU 제품을 구매했어요. 그러고 보니 뭔가 하나를 버렸어야 하는 큰 결심이었겠네요.

(지혜) 제가 진짜로 추위를 많이 타요. 옛날 차를 타니까 히터를 틀어도 코가 시려요. 구스나 덕 다운이 주지 못하는 산뜻하고 포근한 게 캐시미어에는 있으니까 고민 없이 사서 후회 없이 잘 썼어요.

(준기) OU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에요. 인도에 캐시미어가 유명하잖아요. 저희가 거기서 판매되는 단가를 알고 있는데, 생각한 것보다도 많이 저렴하더라고요. 염색하지 않은 화이트 컬러도 좋았어요. 아웃도어용품은 카키, 블랙, 네이비, 브라운 이런 계열이 많잖아요. 저희 캠핑 장비는 텐트부터 타프, 의자 다 흰색이에요. 군인처럼 하고 나가기 싫거든요. 그래서 오유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지혜) 좋아하는 컬러 아이템으로 나갈 수 있다면 더 좋으니까요.



인터뷰와 글 | 조서형 에디터 필름 사진과 손글씨 | 김지욱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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