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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OU housekeeper

기꺼이 흔들리며 한 우물 파기


No matter what others say,

walking my own road


배 달과 정지훈 부부는 2년 전, 용산구 주성동에 작은 카페를 오픈했다. 남편의 취향과 손재주로 꾸민 가게에서 아내는 부지런히 디저트를 구워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손님이 늘어났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빵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카페의 팬이 되었다. 부부는 가게 가까이에 집을 구해 강아지 ‘벨라’를 입양했고, 곧 예쁜 아이가 태어나길 앞두고 있다. 달이 따뜻하고 푸짐한 아침 식사를 차리는 동안, 지훈은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며 OU를 맞이했다.



배 달, 이탈리안 디저트 카페 ‘뽀르누’ 운영 @forno_seoul

정지훈, 편집숍 직원 @heyjundiary







 







요즘 가게 많이 바쁘죠? 저번에 가니까 오픈 전부터 줄을 섰던데.

(달) 그래서 아는 사람 오면 곤란해요. 왜냐면 예전처럼 얘기 나누고 잘해주기 힘드니까. 이렇게 바빠야 가게가 유지되는 건 맞고, 제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에요.


가게 이름이 특이해요.

(달) 이탈리아어로 제과점, 베이커리 같은 곳을 뜻하는 단어 ‘forno’를 따서 이름을 붙였어요. ‘뽀르누’라고 읽으면 돼요. 이탈리안 디저트를 파는 작은 카페에요.


화요일은 두 분이 같이 쉴 수 있게 일부로 맞췄나요?

(달) 맞아요. 원래 청소년 대상 베이킹 클래스가 있는 월요일에만 딱 하루 쉬었는데, 편집숍에서 일하는 남편이 화, 수 휴무거든요. 요즘은 저도 수요일까지 사흘 쉬고 있어요. 임신 중이라 갈수록 몸이 힘들긴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컨디션을 봐가면서 하려고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쓰인 ‘배 달’이란 이름을 보고 누가 “가게에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은 없나요?” 라고남긴 댓글을 봤어요. 오해할 만한 이름이에요. 특이하고 예뻐요.

(달) 이름에 항상 만족했어요. 유치원 때 놀림 받으면 잠깐 이상한가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는 늘 이름을 좋아했어요.


이름만 따로 ‘달 님’이라고 부를 때도 예뻐요.

(달) 주성동에서 유난히 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지금 사는 이 동네는 어떻게 오게 된 거예요?

(달) 원래 잠실에 살았는데 가게를 하다 보니까 용산구로 이사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가게 근처를 알아보다가 원효로까지 왔어요. 주거단지라 여러모로 무난하게 살기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집에 있을 일이 많진 않지만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좀 늘어나지 않았나요?

(달) 저는 거의 가게에 있어서 집에 있는 시간은 비슷해요. 여행을 못 가게 되었으니 쉬는 날에 더 집에 있게 되긴 했어요.

(지훈) 저는 워낙에 집에서 잘 안 나가요.


그냥 보기에도 두 분 성향이 달라 보여요. 가게에서 처음 봤을 때 지훈님은 별로 말이 없으시고, 달님은 먼저 얘기를 건네는 것 같더라고요. 둘이 무슨 사이일까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어때요? 집 밖에서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나요? 아니면 쉬면서 충전이 되는 편이에요?

(지훈) 저는 집을 좋아해요. 배 달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가게에서 친구들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달) 저는 오히려 집에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해요.


집에 있으면 보통 뭐해요?

(지훈) 그냥 있어요.

(달) 저는 누워 있어요(웃음). 가게에서 퇴근하면 저녁 여덟 시가 넘으니까 밥 먹고 바로 자는 것 같아요. 오빠는 혼자 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해요. 노트북도 하고 운동도 가고, 책 읽고 글 쓰고, 영상 보고 뭔가를 찾아서 해요. 이렇게 쉬는 날이면 저희는 아침을 잘 차려 먹고 일주일 묵힌 청소도 싹 해요. 그러고선 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있어요.






보통 저녁은 같이 먹나요?

(달) 오빠가 엄청 늦게 퇴근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같이 먹어요. 늦는 날은 그냥 혼자 먼저 먹어요. 너무 늦게 먹고 자면 제가 다음 날 힘드니까.


요리는 주로 누가 해요?

(달) 엄마가 많이 해줘요. 보내주신 음식을 메인으로 놓고, 국이나 밑반찬 같은 간단한 건 제가 해요. 거의 집에서 밥을 먹어요. 오빠가 그릇도 자꾸 사 오고 하니까 세팅해서 먹는 게 재밌어서.


주로 어떤 요리가 올라오나요?

(달) 고기반찬은 항상 있어요. 2인 가족이기도 하고 요새처럼 바쁘면 채소를 사다 놓기가 어려워요. 금방 상하니까요. 그래도 건강 생각해서 식사때마다 채소는 꼭 한 가지라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없으면 오빠가 찾거든요.

(지훈) 채소가 있는 게 좋아요. 사각사각하잖아요.








거실에 그릇장을 둔 게 특이해요.

(달) 맞아요. 하나하나 사 모으고 있어요. 남편이 거실을 취향껏 꾸몄어요. 제가 요리를 좋아하니까 거실에 그릇장을 만들었어요. 플레이팅할 때 하나씩 꺼내서 쓸 수 있어 좋아요.


장식이 아니라, 다 쓰는 그릇이에요?

(달) 네.


의식주 중에 가장 신경 쓰는 게 있다면 달님은 먹는 것인가 봐요.

(달) 네. 저는 완전 식. 남편은 의와 주. 완전히 달라요. 전 의와 주에는 아예 신경을 안 써요.


분담이네요.

(지훈) 제가 쇼핑을 담당하고 있어요.

(달) 패션에 아예 관심이 없어요. 그릇도 보는 건 좋은데 사거나 하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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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어디서 해요?

(지훈) 이베이나 옥션에서 입찰 받아서 사요. 옷이나 조명도 새것은 잘 없고 중고로 사 온 거에요.


플랫폼 활용을 잘하나 봐요.

(지훈) 좋은 거 하나 사서 오래 쓰는 게 좋아요. 가격이 나가더라도 하나 살 때 고민해서 좋은 거로.


가장 최근에 산 물건은 뭐에요?

(지훈) 지금 머리에 있는 이 조명이요.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작품인데 옥션에서 비딩 따내서 산 거예요. 브랜드 아르텍(Artec)에서 1950년인가 나온 거라 더 생산되지 않아요. 그래서 새 물건은 없고 빈티지 매물만 나와요. 처음에 왔을 때 꼬질꼬질하게 왔어요.


옷도 주로 중고로 사요?

(달) 오빠도 회사 다닐 때는 그냥 셔츠에 바지, 이런 평범한 옷차림이었는데 관심사에 따라 계속 스타일이 바뀌어요. 뭔가 계속 찾아보는 것 같아요. 옷도 그렇고 머리나 스타일링도 신경 써요. 뭐 엄청나게 사요 (웃음).

(지훈) 요즘에 빈티지에 빠져서 새 옷은 진짜 안 사고 세컨핸즈 뿐이에요. 잘 보면 다 구멍 뚫려있고 그래요. 다시 좀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기가 나오고 나면 쇼핑 목록이 또 바뀌지 않을까요?

(달) 아이 낳아도 전 당근 마켓 쓸 거에요. 위험해.


달님 옷을 지훈님이 골라준다거나 사주진 않나요?

(지훈) 달이는 옷을 자주 사는 편이 아니에요. 알아서 산 옷을 쭉 입고, 세탁해서 또 입고 그래요.

(달) 전 옷 진짜 잘 안 사요. 일 년에 한 번? 패딩도 딱 하나에요. 유니클로에서 산 어두운색.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도 두 분이 다를 것 같아요.

(달) 지금 앉아있는 딱 여기, 거실이요.

(지훈) 원래 이 자리에 소파랑 텔레비전이 있었어요. 소파에 나란히 앉으면 벽을 보게 되잖아요. 이렇게 테이블을 놓으니까 마주 보고 이야기하게 돼요.

(달) TV 보는 것 말고 다른 활동을 해볼 수 있게 가게에 있던 큰 테이블을 가져왔어요. 소파 있을 때도 말없이 TV보는 게 좋긴 했어요.


TV를 아예 팔아버린 거에요?

(지훈) 예. 치워버렸어요. 대신 유튜브를 봐요.

(달) 티비는 방송국에서 틀어주니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유튜브는 관심사를 검색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냥 웃긴 거 보기도 하는데, 이왕이면 도움 되는 거 보려고 해요. 부동산 관련 채널도 보고, 여러 브랜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MoTV’ 같은 것도 챙겨 봐요.







집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달) 일찍 일어나서 청소해놓고 테이블에 앉으면 이렇게 햇살이 들어와요. 그때가 좋아요. 아침 먹고 커피 내려서 마시면서 음악 들을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어떤 음악 들어요?

(달) 특별히 찾아 듣는 음악은 없어요.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활용해요. 그날 기분이나 분위기에 맞게 제목을 보고 골라요. 그러고 나면 출근할 때 발이 안 떨어져서 힘들어요. 딱 오늘 아침,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제일 좋아해요.






반려견 벨라와 셋이 살고 있어요.

(달) 벨라는 두 살이고, 유기견이에요. 가게 처음 오픈했을 때쯤 가게 근처에 사는 친구가 데리고 왔어요. 임시 보호하다가 저희가 입양했어요. 처음엔 친구가 지어준 ‘절편이’란 애칭으로 불렀는데, 제가 이탈리아식 디저트를 파니까 이탈리안 이름으로 바꿨어요. 이탈리아에서 여자아이에게 ‘차오 벨라(Ciao bella)’라고 인사하던 걸 떠올려 만들었어요.


벨라와 사는 건 어때요?

(달) 정말 사랑스럽죠. 강아지를 일하는 데 데려가기 어려우니 벨라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안쓰럽기도 해요. 털이 많이 빠지니까 집 청소를 정말 자주 해요. 특히 저는 음식 일하니까 옷에 털이 묻지 않도록 잘 관리해서 나가고요.


원래 유년 시절을 반려견과 함께 보냈나요?

(지훈) 달이는 스무 살 무렵부터 코코라는 강아지를 키웠고, 전 살면서 다른 동물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어요. 오히려 무서워하는 편이었죠. 초등학생 때 옆자리 친구가 강아지에게 손가락을 물려 다친 걸 보고, 지레 강아지는 무서운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죠.


벨라가 있기 전과 후의 삶이 많이 달라졌겠어요.

(지훈) 벨라를 키우기 전에는 쉬는 날이면 달이랑 둘이서 새로 생긴 카페나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어요. 조금 먼 동네까지도요. 벨라와 함께 살면서는 동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요. 골목을 돌아다니며 산책하다 보니 샛길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벨라는 산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집에서는요? 집에서는 어떤 공간을 좋아해요?

(지훈) 침대요. 물론 저희 생각이긴 하지만요. 달이랑 제가 누워 있으면 딱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누워 있어요. 아니, 확실하게 침대예요. 지난번에 집 청소를 하는데 없어진 줄 알았던 벨라 장난감이 죄다 침대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어요.






태어날 아이와 벨라가 어떤 사이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지훈) 서로 베고 자는 사이요. (웃음) 일본에 유명한 프렌치 불독이랑 아이 있잖아요. ‘무와 타스쿠’ 처럼 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벨라는 한동안 아기보다 훨씬 몸집이 크겠지만, 그 모습이 또 귀여울 것 같네요. 기대어 장난치고 놀다 잠들고 같이 뛰어놀고 특히 산책 때마다 제가 해 온 똥 줍는 역할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요.


뽀르누는 아이와 반려견에 너그러운 매장이라고 들었어요.

(달)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아이도 어른도 강아지도 편하게 들르는 동네 작은 가게이고 싶어요. 어린아이들은 신나면 소리를 지르잖아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카페에서 걸어 다니다 보면 아이가 옆 사람 테이블도 갈 수 있는 거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이 제 가게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가끔 불편해하는 손님이 있어요. 한 번은 손님이 아이 엄마한테 너무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차라리 저한테 얘기를 해주면 좋을 텐데. 가게마다 분위기나 룰이 있는 건데 처음 온 손님이 그걸 바꾸려고 하는 게 속상해서 인스타그램에 쓴 적도 있어요. 요즘엔 그것도 자제하려고 해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 사장님 또 화났네’ 라 느낄 것 같아서. 좋은 글을 올리려고 해요.


그래도 댓글들을 보면 사랑받는 가게라는 게 느껴져요.

(달) 지금은 몸이 힘들어서 직원을 구했는데, 원래 주문받고, 만들고, 설거지하고, 치우고 혼자 다 했어요. 원래 움직임도 느린 편인데, 기다려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고맙죠. 찾아온 손님들은 기억하려고 얼굴을 계속 쳐다봐요. 원래는 이탈리아 기사 식당 컨셉의 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백반집 같은 느낌인가요?

(달) 네.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거 말고요. 우리나라 국수처럼 냄비째 푹 스파게티 면을 삶아서 토마토소스 가득 올리고. 근데 그렇게 하려면 단가가 안 맞더라고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라구 소스에 한우를 쓰잖아요.

(달) 그러니까요. 그래서 단가가 안 맞는 거야(웃음).


잣도 국산만 고집하죠? 달님께 국산 잣이란 어떤 의미에요?

(달) 우리 엄마가 식자재를 엄청 신경 써요. 국산이랑 국산이 아닌 건 맛이 다르다고 하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와서 중국산 잣, 이런 걸 쓰는 게 이상해요. 그래서 판매하는 음식에 쓰이는 소스에도 한우를 써요. 가끔 저희끼리 먹을 때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수입산을 먹기도 하는데 아직도 좀 어색해요. 잘 못 사겠어요.


좋은 재료 쓰면서도 손님들한테 엄청 퍼주잖아요.

(달) 협소한 가게니까 자꾸 그렇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동네 작은 카페라 분위기도 그렇고, 그렇게 해와서 계속 그렇게 되기도 하고.






두 분 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니까, 나를 지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있을 것 같아요.

(달) 가게에서 만난 사람과 있었던 일에 일일이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 해요. 무던하게 지나가려고 노력하죠.

(지훈) 저도 비슷해요. 제가 일하는 곳은 한남동 쇼핑몰 안에 있어서 기존 일하던 로드샵들과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요. 원래는 감정을 이입해서 열정을 다해 제품을 설명하는데, 가끔 싸한 느낌이 드는 손님을 만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먼저 감정을 조금 덜어내요. 물어본 것에 대한 답변만 주는 식으로요.


저는 처음에 지훈님 라파(Rapha)에서 일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스타그램에 거의 라파 옷을 입었길래, 이미지도 잘 어울리고 해서.

(지훈) 취미로 로드 자전거를 타요. 팀 활동 같은 것도 하고. 라파 옷을 한참 많이 사 입었죠. 이제 중고나라에 다 팔고 몇 피스 안 남았어요.


지훈님이 예전 달님 사진을 올린 적이 있어요. 외국에 출장 간 것 같은데 드레스를 입고 있더라고요. 원래 어떤 일을 했어요?

(달)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서 세일즈 일을 했어요. 어워드 행사였는데 그렇게 차려입고 갔었네요.


뽀르누 이전에 있던 가게가 음식 장사를 하던 곳이 아니라 공사가 복잡했다고 들었어요. 마침 남자 사장님이 전기공학을 전공해서 공사를 많이 도왔다고도요.

(지훈) 맞아요.


패션 매거진 ‘쎄씨(Ceci)’에서 지훈님과 같이 어시스턴트 생활을 했다는 지인의 제보도 있었어요.

(지훈) 그것도 맞아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다가, 무서워서 그만뒀어요.


뽀르누 매장 앞 공간에 놓여있는 의자는 지훈님이 주워와서 직접 리폼했다고 들었어요. 초반엔 가게 안쪽에 지훈님의 금속 공예 작업실이 있기도 했죠?

(지훈) 네. 손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해요. 금속공예를 했었는데, 이게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이더라고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혼자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 장인이 되어야 하는 일.


방향 전환이 빠르네요. 결단력 있는 편?

(달) 너무 빨라요(웃음).






뽀르누에서는 ‘W공부회’라는것도 했었죠?

(지훈) 2년 전에 가게 오픈하던 때 했었어요. 피렌체에서 잠깐 금속 공예를 공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받은 영향이 컸어요. 빵집만 가도 동네 사람들이 다 서로를 알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더라고요. 지역사회라는 개념을 느꼈어요.

돌아와서 뽀르누에서 ‘W공부회’라는이름으로 책을 정해서 읽기도 하고, 와인을 같이 마시기도 했어요. 그럼 주변 사는 사람들이 다 모이잖아요. 그런 게 되게 좋았어요. 가게 주변에 원룸이 많아서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주제도 많아져서 영화, 서양미술사, 치즈, 커피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제가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쉬면서 못하고 있어요.


지훈님이 관심 있는 주제만 다뤄도 ‘W공부회’가아주 풍성할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을까요?

(지훈) 그럼 정말 좋죠. 마침 제 휴무일도 다시 바뀌어서 일요일에 쉬게 되었거든요. 생각해봐야겠어요.


달님 인스타그램에 뽀르누가 옆 건물을 사서 확장했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많더라고요.

(달) 근방에 임대를 찾아보고 있어요. 아직 적당한 게 나오지 않네요.







피렌체에는 두 분이 같이 간 거예요?

(지훈) 맞아요. 정말 짧게 있었어요. 두 달은 넘게 있었으니, 세 달 있었다고 해주세요. 저는 짧은 주얼리 코스가 있어서 공방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달이는 시골 농장에서 요리 클래스를 들었고요.

(달) 몇 달이지만 피렌체 다녀와서 변한 게 있어요. 가서 보니까 그 도시에는 오래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더라고요. 그게 되게 멋있는 거예요.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둘 다 회사원일 때는 그냥 아웃렛 가서 분기별로 옷 사입고, 어디가 유명하다고 하면 별생각 없이 놀러 가고 그랬거든요. 이젠 새로 사고, 계속 다른 거로 바꾸고 이런 삶은 많이 내려놨어요. 그렇지?

(지훈) 피렌체에서 얻어온 걸 하나만 말하라고 하면 ‘타임리스의 가치’ 였던 것 같아요. 뽀르누를 만들면서도 생각했어요. 가업으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길게 가는 가게가 되면 좋겠다고.

(달) 엥? 싫어요(웃음).

(지훈) 취직 준비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자식이 생기면 취직 걱정이 없게 해주고 싶었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물려줄 수는 없으니 일을 만들어주면 되잖아요. 이 가게를 물려주자!


정말 싫어요?

(달)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정말 오래 하고 싶은 건 맞아요. 다른 장르여도 괜찮아요.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좋아하던 빵집에서 영감을 얻어 디저트 가게를 하지만 바뀔 수도 있죠. 저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동네 작은 가게를 계속하고 싶어요. 저 사실 이탈리아 음식보다 한식 좋아하거든요.

(지훈) 달이는 곱창 좋아해요.

(달) 내가 하면서 행복하고 좋았던 걸 나누고 싶어요. 컨셉이나 인테리어가 바뀌더라도 결은 이대로 유지할 거예요.


달님이 유지하고자 하는 뽀르누의 결이란, 앞서 얘기한 재료의 질과도 상관이 있을까요?

(달) 제가 먹고 싶지 않은 건 안 팔고 싶어요. 저는 지금도 모르타델라 주문 들어오면 침 삼키면서 만들어요(웃음). 기본적으로 재료는 좋은 걸 쓰려고 하고, 재고를 최소화해서 쟁여두지 않아요. 손님이 그만큼의 가치를 못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유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슷해요. 모델과 스튜디오에서 찍는 멋진 룩북 대신 이런 형식의 인터뷰를 선택한 건, 많은 판매를 이뤄내는 것보다도 오유가 말하는 지속 가능함에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것이거든요. 하나를 팔아도 진정성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달) 저희의 가치를 못 느끼는 사람은 아마 계속 못 느끼지 않을까요? 결국 결이 안 맞는 사람들은 한 번 오고 다시 안 와요. 반면 알아주는 사람은 알아주니까 시간이 쌓이면 괜찮을 거라 믿고 장사가 안 되도 참았어요. 좋은 재료 찾아서 쓰면서 저랑 결이 맞는 사람을 위한 방법을 고수해왔어요. 올해 10월에 뽀르누는 딱 2년이 되었는데, 1년 3개월은 정말 장사가 안돼서 힘들었어요. 요즘엔 의도와 다르게 인스타그램 감성 샷으로 유명해져서긴 한데 매출이 잘 나와요. 느슨해지기 쉬운 찰나인데, 그렇게 되는 순간 망하는 거잖아요. 대신 영업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다잡고 있어요. 아직은 빵 발효가 정말 기특하고 신기한데, 몸이 지치는 때면 디저트 만드는 게 질리기도 해요. 하기 싫으면 돈을 못 벌더라도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니, 두 분이 서로를 귀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둘만 아는 각자의 귀여운 포인트가 있다면?

(달) 저는 감정이 널뛰는 사람인데 오빠는 항상 비슷해요. 정적이고 취향도 고고한 것 같은 사람인데,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우스운 포인트가 있어요. 그때 잘 캐치했다가 놀리는 게 재밌어요. 오빠는 항상 오늘 같은 상태라 친구들 모임에서도 제일 말도 별로 없고 교류도 없어요. 오빠 친구들이 저한테 지훈이 잘 있냐, 잘 지내냐 연락이 와요.

(지훈) 제가 잘 얘기 안 하니까 달이한테 다들 물어보죠. 저는 달이의 행동들이 재밌어요. 스텝이 특이한데, 같이 걷다가 부딪히면 제가 날아가요. 피카추한테 몸통 박치기당한 것처럼. 그러고 보니 체형에서 나오는 귀여움 같네요.

(달) 뭐야(웃음)!




인터뷰와 글 | 조서형 에디터 필름 사진과 손글씨 | 김지욱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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