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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OU housekeeper

양파는 오늘도 달린다


성수동에 사는 필라테스 강사 임민정은 자신을 ‘동호인 임양파’라고 소개한다. 한때는 사이클에 지금은 러닝 모임에 푹 빠져 지내기 때문. 까도 까도 계속 되는 운동 사랑에 양파는 오늘도 고민한다. 다치지 않고 질리지 않고 오래 달리는 방법은? 양파가 굴리고 늘리고 뛰면서 알게된 몸과 마음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임민정, @lim_onion








🏃







오늘은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집이요. 늦을까 봐 서둘렀더니 일찍 도착했네요.


양파 님 소개를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필라테스 강사 임민정입니다. 사이클, 러닝, 트레일러닝 등을 좋아하는 동호인 임양파로 활동하고 있어요.


민정이란 이름보다 양파가 익숙해요.


중학생 때 별명인데 여태 활용하고 있어요. 종종 양파가 본명인지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 정도로 양파라는 이름을 많이 써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중학교 때 밥을 먹다가 제가 친구에게 “양파 좀 먹어”라고 얘기한 데서 시작했어요. 그 친구가 민정이라는 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양파 줬던 애’라고 불렀는데, 그 에피소드가 웃겼어요. 이후 별명이 양파가 되었어요. 되게 아무것도 아니죠? 친구들끼리 부르던 별명을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쓰면서 지금은 아예 이름보다 가깝게 두고 쓰고 있어요. 아예 의미를 부여해서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운동 도전기’처럼 쓰기도 하고요.





운동을 다양하게 많이 하는데 그 시작은 어디였어요?


성인이 되어서 사이클에 처음 입문했어요. 당시 패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는데 취미로 타던 사이클이 재밌어서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갔어요.


사이클은 뭐가 그렇게 재밌나요?


운동을 해야지, 근육을 만들고 살을 빼야지, 라고 다짐해서 타는 게 아니라 정말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에요. 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힐링하려 시작했거든요. 정말 매번 놀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깊어졌고요. 겨울에 너무 추운 날이면 사이클 대신 등산을 하기도 했어요. 가로로 달리는 것 말고 세로로 오르는 일도 즐겁더라고요. 사이클과 등산을 오고 가다가 직업을 아예 몸을 쓰는 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사이클을 타다가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어요.(웃음)


지금 몸과 직장 생활을 하며 사이클을 탈 때의 몸은 다른가요?


아주 많이요. 예전엔 그저 사이클이라는 종목을 잘하기 위해 신경을 썼어요. 더 멀리, 더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싶었죠.


" 지금은 여러 가지 운동을 해도 근육의 쓰임과 몸의 느낌을 계속 생각해요. 정렬, 몸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신경 쓰죠. 몸무게는 변함이 없으니 남이 보기에는 같을 수 있지만, 제가 느껴지는 제 라인과 밸런스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졌어요. "

그러고 보니 맨몸으로 시작해 장비를 활용한 게 아니라 반대네요.


맞아요. 필라테스 강사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가 러닝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달리기는 가장 최근에 하게 되었어요. 한강을 5~7km,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0km 정도 뛰어요. 지금은 러닝에 푹 빠진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어요. 필라테스 수업할 때 입을 옷을 고를 때도 달릴 때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해요.


기구가 있는 운동과 몸만 활용하는 운동은 무엇이 다른가요?


제게 러닝이 가장 낯선 운동이라 그런 걸까요? 러닝이 비교도 안 되게 힘들어요. 러닝은 의존할 데가 없잖아요. 기구의 힘을 빌릴 수도, 더 좋은 장비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없어요. 다리가 멈추는 순간 운동이 그냥 끝나는 거예요. 기구가 있는 운동보다 더 힘들고 혹독하죠.


직업이자 기구를 활용하는 운동인 필라테스는 어떤 운동이에요?


자기 몸과 근육을 잘 알게 되는 운동이에요. 자기 움직임을 계속 생각하고 해부학 공부 등도 해야 해요. 저는 제 수업도 준비하고, 혼자서 필라테스 운동을 하기도 하고, 다른 선생님 수업도 자주 들으러 다녀요. 오픈 클래스들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도 얻고 에너지도 받아요.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 강사님이냐에 따라 수업의 내용이 되게 많이 달라지거든요.


양파 강사님의 수업은 어떤 내용이 주로 담겼나요?


코어요. 운동할 때 좋아하는 부위는 하체지만, 코어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하체든 상체든 모두가 망가져요. 늘 코어를 먼저 잡아주려고 해요. 필라테스는 저에게 일과 취미의 중간을 연결해 주는 운동이에요. 저는 운동 강사이기 전에 운동 동호인이었잖아요. 제가 하는 운동과 아는 정보로 많은 사람과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정기로 수업을 듣는 분 외에도 오픈 클래스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필라테스는 생각하며 움직이는 운동이라고 얘기해줬어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나요?


필라테스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어져 있어요. 몸은 정신 상태와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요. 우울하면 몸도 그만큼 움직이지 않게 되잖아요. 탄력이 떨어지고 몸무게가 불어나기도 하죠. 반면 정신이 건강해서 스스로 케어를 할 수 있을 때는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몸이 곧 정신이고 저 자신이에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을 때는요? 어느 쪽을 먼저 끌어올려야 할까요?


그럴 때 가장 어렵죠.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것처럼 조금씩 움직이는 데 초점을 둬요. 나가서 분리수거를 하고 온다거나, 강아지와 짧게 산책을 하고 오는 것처럼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도 좋아요. 잠깐 친구를 만나고 온다고 생각하고 나갔다 들어오면 생각보다 마음이 회복되고 위로를 받게 되거든요.


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어딘지 궁금해요.

저는 제 다리를 정말 사랑해요. 그중에서도 햄스트링, 뒷벅지를 가장 좋아해요. 탁월한 스피드나 월등한 힘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는 끈기와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이클도 그렇고 러닝도 그렇고 이 허벅지 덕에 오래, 멀리 갈 수 있어요.



길게 달릴 때는 무슨 생각을 해요?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음악도 안 듣고 가능하면 시계도 보지 않아요. 몇 킬로미터 남았다, 몇 분째 뛰고 있다 이런 걸 생각하는 순간 더 힘들어져서요. 그냥 리듬에 맞게 흘러가는 대로 뛰어요. 그럴 때 가장 좋고요.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 때가 있잖아요.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니라 뛰다 보면 그런 상태가 와요. ‘숨이 차다, 다리가 아프다, 얼마 남았지?, 잠깐 쉴까?’ 같은 생각이 들면 멈추게 되고 한번 멈추면 다시 달리기 힘들어요. 그걸 알고 나면 그런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달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요. 호흡과 리듬을 신경 쓰면 조금 더 집중이 쉬워져요. 각자가 편한 리듬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돌아보니 사이클도 그렇고 필라테스와 러닝도 그렇고 저는 제 목표를 스스로 찾고 만들어 그것을 채우는 운동을 해온 것 같아요.

 

러너에게도 필라테스는 몸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겠네요. 


좋죠. 필라테스는 몸의 중심과 균형을 잡아주는 걸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요. 다쳤을 때도 부위별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강 운동으로 안전한 선택이기도 해요. 작년에는 러너 친구들을 위한 오픈 클래스를 열어 자주 모객했어요. 같이 러닝도 하고 필라테스도 많이 했어요.


가장 최근에 빠져 있는 운동이라 달리기 얘기를 자세히 해줬는데요. 달리면서 멋진 순간이 꽤 많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마라톤 풀 코스를 뛴 게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작년과 올해 두 번을 뛰어봤는데요. 작년에는 첫 도전이라 준비도 엄청 열심히 하고 마음도 비장했어요. 그만큼 완주하고 나서 뿌듯한 마음과 감동이 컸어요. 올해 3월에 뛴 마라톤은 준비를 잘 못했어요. 전날까지 고민했어요. 몸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나가도 될까? 괜히 다치는 게 아닐까? 중간에 그만두고 싶으면 어쩌지? 도망칠까?


뛰었나요?


일단 억지로 몸을 현장까지 이끌고 갔어요. ‘여기서 도망치면 안 돼. 이거 포기하면 다음에 또 포기하게 될 거야.’ 스스로를 다그치고 협박하면서요.


결과는 어땠어요?


진짜 즐거웠어요. 기록은 첫 번째보다 못했지만, 더 좋은 걸 얻었어요. 아니, 아예 달리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처음 마라톤을 뛸 때는 완주라는 목표만 바라봤어요. ‘실패하면 안 돼. 더 연습해야 해.’ 생각했죠. 두 번째에는 친구들과 함께 뛰며 즐겁게 오래 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전날까지 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어떻게 그런 엔딩이 가능했죠?


달리기를 한 1년 동안 주변에 러너 친구들이 꽤 생겼어요. 달리는 길 곳곳에 그 친구들의 응원 소리가 들렸어요.


아는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를 지르며 달렸어요. 그렇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만큼 행복해서요. 준비를 못 해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마라톤을 기어코 완주한 보람도 있었어요. ‘그래, 봐!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인스타그램에 완주하고 격앙된 상태로 독백하는 영상도 올렸어요. “민정아, 너 진짜 잘했어. 앞으로도 넌 잘할 거야.” 이렇게 스스로 얘기해주는.

막상 하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마라톤처럼 큰일이 아니더라도 매일 하는 운동이 다 그래요. 오늘은 몸이 찌뿌둥해서 하고 싶지 않더라도 막상 땀을 쏟고 나면 가벼워지잖아요.

 

필라테스 선생님도 운동하기 싫은 날이 있나요?


아유. 그럼요. 수업은 일이니까 어떻게든 하더라도 운동은 진짜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일 마치는 시간에 PT를 잡아요.


그렇게 일단 몸을 일으켜 움직이고 땀을 쏟아요. 지쳐서 꼼짝하기 싫던 몸과 마음이 다시 경쾌해져서 집에 가요. 몸은 쓸수록 가벼워져요. 마음도 쓸수록 오히려 에너지가 충족되고요.



요즘의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예요?


겨울을 지나면서 조금 무겁게 처져 있어요. 여름을 앞두고 다시 비우는 중이에요.

 

비워내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식단과 다이어트요.(웃음) 꾀부리지 않고 정석으로 해요. 채소 샐러드, 닭가슴살, 현미밥, 삶은 양배추를 번갈아 가며 먹어요. 운동도 빠지지 않고 하고요. 이렇게 몸을 비워야 마음도 비워져요. 둘은 확실한 연결고리가 있거든요.

 

달리기로 해보고 싶은 다음 목표가 궁금해요.


이번 여름에 울릉도에서 풀 코스를 한 번 더 도전합니다. 울릉도 한 바퀴를 돌면 42.195km가 된대요. 처음 마라톤을 준비했던 그 마음을 떠올리며 다시 달려보려 해요.





인터뷰와 글, 조서형 에디터

사진, 정현우 포토그래퍼

영상, 강현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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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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