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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OU housekeeper

할 수 있는 몸


왁킹 비버, ‘왁비'라는 예명을 가진 이다운은 수영 강사이자 전직 댄서다. 요즘은 간단한 춤을 추며 수영복을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로 SNS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리다이빙 강사 과정을 밟으며 다음 여정을 꾸리는 다운은 자기 몸을 믿는다. 마음이 가는 곳에 어디든 몸이 따라와 줄 거라고.

이다운, @waack.b








🤿







스튜디오에 음악이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춤을 추네요.

신나서요. 음악을 들으면 누구든 춤을 추게 되잖아요.

 

왁킹 댄서로만 알았는데 어렸을 때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고요.


춤도 수영도 여섯 살 무렵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매일 두 시간씩 선수 반에서 수영하고 대회도 나가고 했어요. 근데 어릴 때는 모두가 연예인을 꿈꾸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수영은 잠깐 멈추고 춤을 마저 추기 시작했죠.


모두가요? 전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웃음)


아, 정말요? 다들 어렸을 때는 아이돌을 꿈꾸는 거 아니었나요? 저는 항상 TV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중학생 무렵에는 현실을 자각하고 댄서가 되길 희망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공부를 하면서 펀드매니저, 화학연구원 같은 걸 장래 희망란에 적기도 했는데, 사실 지금도 그 직업이 뭘 하는지 잘 몰라요. 


수영 선수와 학업에 열중하는 고등학생을 지나 댄서가 되었네요.


맞아요. 고2 때 미적분의 벽에 부딪혀 다시 춤이 생각났거든요. 부모님께 보여드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어요. 춤을 춰서 어떤 대학을 갈 거고, 그러기 위해 1년 동안 뭘 어떻게 준비할 거고, 댄서가 되면 뭘 할 수 있고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 같은 내용이 담긴. 춤이라곤 중고등학생 때 동아리 활동한 게 전부라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요.

 

바로 허락을 받았나요?


처음에는 엄마한테 보여줬어요. “그래. 해봐” 하시더라고요. 다음엔 아빠한테 같은 얘기를 했어요. 생각보다 쿨하게 그렇게 하라고 하는 거예요. 나중에 듣고 보니 엄마는 아빠가, 아빠는 엄마가 반대할 거라고 생각해서 허락했대요. 근데 어떻게 해요. 저는 이미 허락을 다 받고 춤을 추기 시작한걸요.





왁킹이란 장르의 춤을 췄죠? 어떤 춤이에요?


왁킹은 디스코가 유행하던 1970년대에 LA에서 만들어진 클럽 댄스에요. 남을 유혹하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팔을 화려하게 사용해요. 처음엔 입시 학원에서 다양한 장르의 춤을 먼저 배워요. 그다음에 자기가 원하는 장르를 선택해요. 제 가슴을 울린 왁킹을 선택했어요. 고민도 할 필요가 없었죠.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셔널한 춤이라 화도 냈다가 슬퍼하기도 했다가 하는데 그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 춤을 출 때 기분은 어때요?


째져요.(웃음) 기분 진짜 좋아요. 지금 여기 앉아서 손목만 돌려보세요. 금세 기분이 좋아질걸요.

 

춤을 추고 나서는요?


숨이 차고 땀이 나죠. 느린 음악에 맞춰서 느리게 춤을 춰도 금방 땀에 흠뻑 젖어요. 그러고 나면 기분이 가벼워져요. 몸은 에너지를 써서 피곤해도 해낸 느낌이 들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싹 돌죠. 잃은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생겨요.



SNS에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린 게 많아요.


뭘 하든 영상으로 남기는 걸 좋아해요. 때론 제가 춘 춤을 다시 보면서 생각과 다르게 표현된 부분을 살피기도 하는데요. 대체로 제 모습을 기록하고 그걸 제가 다시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제가 춤을 추면서 느낀 감정과 기억은 남겠지만, 결국엔 다 증발하잖아요.


SNS도 무대도 결국 남 앞에 서는 일인데, 보이는 마음은 어때요?


행복하죠. 누가 제 춤을 봐주고, 호응해 준다는 게. 제가 뭐랄까 좀 꼰대 기질이 있어서 주목받는 걸 좋아해요. 어른이 되어 3년간 춤을 가르쳤고 또 3년을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보냈어요. 저를 지켜본 다른 수영 학원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가 수업안에서 최고, 대장이 될 수 있어서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대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에요. 물 위에서 지휘자가 되어 진두지휘하는 거죠. “세 바퀴 돌고 오세요”, “반대편 끝까지 빠르게 수영해 가세요” 말하면 모두가 그대로 해요.





반면 남을 가르칠 때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때가 있죠. 아이들은 아직 자기 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예요. 아이들을 보면 ‘팔을 펴라고 알려줬는데 왜 팔이 자꾸 구부리지? 자기 팔인데 왜 컨트롤을 못 하지?’ 이렇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웃음) 반면 저는 너무 어릴 때 수영을 배워서 어떻게 동작을 익혔는지 기억을 잘 못해요. 제 기억 속에는 이미 완성된 모습밖에 없어요. 게다가 팔을 많이 사용하는 댄서로 활동하면서 몸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요.


저에게도 팔을 어떻게 펴야 할지 모르는 때가 있었을 거고 그때 끈기 있게 반복해서 팔을 펴는 법을 알려준 선생님이 있었겠죠? 아이들도 자기 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가르치는 일은 더욱 즐거워요.



오늘 가져온 수영복 같은 걸 입고 수업을 하기도 하나요?


오잉? 저는 주로 이런 수영복을 주로 입고 수업을 해요. 노란색 다이아몬드 무늬가 정말 귀엽지 않나요? 재질도 좋아요. 귀여운 수영복을 입으면 기분도 좋고 수영도 더 잘할 수 있어요.


물 위에서 더욱 눈에 띄는 지휘자가 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귀여운 옷 입어서 어제보다 더 기분 좋은 지휘자.(웃음) 남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는데 배우는 것도 좋아해요. 맨 밑으로 내려가서 모든 걸 궁금해하고 물어보면서 배우는 재미가 있잖아요.

 

다음에는 뭘 배우고 뭘 가르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최근에는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어요. 수영과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달라요. 그래서 어렵고 재밌어요. 여름에는 수영 강사 일을 잠깐 멈추고 쉬려고요. 쉬었다가 다시 춤으로 돌아가려 해요. 이건 그냥 제가 생각만 하고 있는 건데요. 파티 플래닝 회사의 직원이 되는 거예요. 밤마다 파티를 여는데 직원들이 공연하고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그 춤을 따라 춰요. 저는 직원들에게 춤을 알려주고 무대를 기획하기도 하는 거예요. 





매번 아주 새로운 일을 떠올리고 있네요. 주저하는 마음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주저하지 않으니까요. 전 조금도 주저하는 마음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 볼 수 있고 다르게 보면 실행력이 좋다고도 할 수 있겠죠? 전 진짜 생각나면 바로 꽂아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그건 타고난 성격일까요?


글쎄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요.

 

들어볼게요.(웃음)


이전에 하고자 했던 게 모두 잘 된 덕인 것 같아요. 잘 된 기억만 남아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결정을 자신 있게 내리게 되었달까요? 제가 실패한 경험은 가볍게 뒤로하고 좋은 경험만 간직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프리다이빙 다음에는 또 뭐가 배우고 싶어질까요?


매번 즉흥적으로 느끼고 결정하는 거라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주짓수? 어렸을 때 무에타이랑 킥복싱 같은 걸 배웠는데 재밌었어요. 성인이 되어서 하려니까 스파링을 별로 안 시켜주는 거예요. 전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누구랑 싸우면 꼭 이겨야 하는 성격이라 주짓수나 유도를 배워보고 싶어요.


어떤 사람도 늘 이길 수만은 없잖아요. 그런 성격이 괴롭게 느껴지진 않아요?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져도 패배한 사실을 망각할 수는 있어요. 반대로 이겼을 때 좋았던 기분만 두고두고 떠올릴 수도 있고요. 제 경쟁의식과 남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제 멱살을 스스로 잡아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제 인생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볼 수 있어요.


이기고 싶은 마음을 몸이 안 따라주면요? 그럴 땐 없나요?


생각보다 사람의 몸은 강해요. 제 몸도 강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몸도 강해요. 진짜 도저히 못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요. 남에게는 강요하지 않아요. 내 몸이니까 더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이는 거죠. 그렇게 해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 제가 프리다이빙하면서 스스로 멱살 잡고 따귀 때리면서 4분 30초 동안 숨을 참아 봤거든요. 진짜 큰 쾌감이 와요. 마음이 가 있으면 몸은 어떻게든 따라와요. 할 수 있어요.



인터뷰와 글, 조서형 에디터

사진, 정현우 포토그래퍼

영상, 강현우 디렉터



 






OU STORYBOOK

Issue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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